인공지능보다 더 위험한 것은 인간이다: 우리는 지금 디스토피아로 가고 있다
기술보다 더 위험한 것은 인간의 욕망이다
인공지능이 만든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에 대한 인간의 선택입니다. 인공지능은 본질적으로 윤리적이지도, 비윤리적이지도 않습니다. 그 어떤 판단도 기술 자체가 내리는 것이 아니라, 결국 인간이 정한 목적과 방향에 따라 실행될 뿐입니다. 따라서 AI의 위험성은 곧 인간 욕망의 반영이자 확대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기술보다도 더 빠르게 확장되는 ‘인간의 탐욕’과 맞서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독점하려는 욕망, 감시를 통제하려는 권력, 모든 행동을 수치화하려는 시장 논리가, AI를 ‘도구’가 아닌 ‘지배 체계’로 전환시키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흐름이 눈에 띄지 않게 점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AI는 조용히 우리 사회의 결정 구조에 파고들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편리함’으로 착각한 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감시사회와 자유사회 사이, 희미해지는 경계선
AI의 발전이 낳은 또 하나의 패러독스는, 우리가 더 많은 편의와 효율을 얻는 동시에 더 많은 자유를 포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스마트 시티, 무인 점포, AI 교통 통제 시스템, 얼굴 인식 결제 서비스—이 모든 기술들은 명목상으로는 효율과 안전을 위한 것이지만, 동시에 우리를 더욱 촘촘하게 감시 가능한 구조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는 도시 전체가 AI 기반 CCTV로 연결된 대표적인 스마트 감시 도시입니다. 도로 위 차량의 이동, 사람들의 군집, 쓰레기 배출량까지 데이터로 수집되어 중앙에서 통합 분석됩니다. 이 시스템은 범죄 예방에 기여하고 있지만, 동시에 시민들의 일상까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되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일부 대도시에서는 '사회 신용 시스템'과 결합된 AI 기술이 시민의 행동 점수를 산출하여, 대출 심사, 항공권 구매, 공공시설 이용 여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조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베이징의 한 공공 주택 단지에서는 주민의 외출 빈도, 방문객 정보, 온라인 쇼핑 내역까지 AI로 분석되어 점수가 조정된 사례도 보도된 바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AI 기반 예측 치안 시스템이 경찰 데이터에 도입되고 있습니다. 시카고의 '히트 리스트(Hit List)' 프로젝트는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 개인에게 경고장을 보내거나, 경찰의 집중 감시 대상에 올리는 방식을 실험한 바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러한 예측 기술이 오히려 인종 편향적인 단속과 결합되며 큰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한 사례로,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는 흑인 커뮤니티가 밀집한 구역이 AI 기반 범죄 예측 시스템에 따라 자동 감시 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실제 범죄 발생률보다 높게 리포팅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는 기술의 중립성에 대한 환상을 깨뜨리고, 오히려 사회적 편견을 고착화하는 도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합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 속에서 우리가 마주한 질문은, '효율과 안전'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자유를 포기할 수 있는가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보았는지, 어디에 있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까지 AI가 기록하는 시대에, 인간의 사적 영역은 어디까지 보장될 수 있을까요? 만약 당신이 오늘 하루 동안 누군가를 따라다니는 드론에 의해 모든 동선과 감정이 기록되고 있다면, 당신은 여전히 그것을 '자유로운 삶'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ACI: 범죄를 예측하는 인공지능의 그림자
최근에는 ACI(Artificial Criminal Intelligence), 즉 ‘범죄 예측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단순히 과거 범죄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인의 이동 패턴, 온라인 행동, 사회 관계망, 소비 기록, 심지어 음성 톤과 안면 표정까지도 분석하여 ‘잠재적 범죄자’를 식별하려는 시도를 포함합니다. 일종의 ‘디지털 범죄 예언’이 가능해진 셈입니다.
이런 개념은 영화 속 상상이었던 시대를 넘어, 현실의 기술이 되고 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초능력을 가진 세 명의 예언자가 범죄를 미리 감지해내지만, 그들의 판단에도 오류가 있었고, 결국 시스템 자체가 도전받게 됩니다. 그 영화 속 예언자들이 지금은 AI로 바뀐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보다 무서운 점은, 이 기술이 실재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시카고 경찰은 실제로 AI를 활용해 과거 범죄 이력과 위치 기반 데이터를 분석하여 ‘위험 인물 리스트’를 만든 적이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무고한 시민이 감시 대상이 되었고, 이 중 상당수는 흑인이나 저소득층 배경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분명 실무적으로는 유용할 수 있습니다. 경찰관이나 프로파일러는 감정적인 소모 없이 AI가 제공하는 위험 예측 모델을 참고해 더 빠르고 객관적으로 사건에 대응할 수 있고, 인간은 보다 섬세한 감정 분석이나 맥락적 해석 같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판단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정확한 모델만 있다면 사회 전체의 치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모든 '판단 기준'이 결국 인간이 설계한 데이터에 기반한다는 점입니다. AI 자체는 편향이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입력한 데이터가 이미 사회적 불균형을 담고 있다면, AI는 그것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에서 더 많은 경찰 순찰이 있었던 이유가 단순히 역사적, 인종적 이유였던 경우, 그 데이터는 AI에게 해당 지역 주민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게 만들 수 있습니다. 편향 없는 AI는 존재할 수 있지만, 편향 없는 데이터는 인간 사회에선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지금까지의 경험입니다.
더 나아가 '잠재적 범죄자'라는 개념 자체가 윤리적으로 위험합니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단지 통계적 확률이나 주변 행동 패턴으로 인해 특정인에게 감시가 집중된다면, 그것은 무죄 추정 원칙에 위배될 수 있습니다.
일본 도쿄에서는 특정 연령대 남성의 지하철 내 특정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경고 메시지를 띄우는 AI 테스트가 논란을 일으킨 바 있으며, 중국에서는 학생의 표정 인식 데이터를 토대로 '주의력 저하'를 판단하고 수업 중 행동을 AI가 기록하는 시스템이 도입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AC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회를 원하느냐에 대한 질문입니다. 그것은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고, 동시에 잘 설계된다면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도구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핵심은 '누가 데이터를 만들고', '누가 기준을 설정하며', '그 기준이 얼마나 공개되고 검증 가능한가'입니다. AI가 아니라 인간이, 기술이 아니라 구조가 그 모든 책임의 핵심에 서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통제되는 존재인가, 변화를 이끄는 존재인가
가장 큰 위험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닙니다. 기술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사용의 방향을 고민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AI가 인간의 결정을 대신해주는 구조 속에서, 우리는 점점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할 기회를 상실하고 있습니다. '불편함'은 사라지고 있지만, 동시에 '주체성'과 '판단력'도 함께 약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흐름이 거대하고 복잡하게 보인다고 해서, 우리가 무력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인간은 늘 새로운 기술의 도입 앞에서 윤리적 기준을 만들어 왔고, 제도적 균형을 찾아냈습니다. 전기의 등장, 자동차의 보급, 인터넷의 확산 모두 처음에는 무질서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인간 중심의 원칙들이 자리를 잡아갔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술을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감시할 수 있는 시민 교육, 데이터 사용과 처리에 대한 투명한 규칙, 그리고 기술이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방식으로 작동하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설계가 필수적입니다.
디스토피아는 단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자동으로 도래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기술을 '어떻게 세팅하고,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결과입니다. 같은 기술이라도 어떤 구조 아래에서 누구에 의해 운영되느냐에 따라, 그것은 권력의 도구가 될 수도 있고,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플랫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의 갈림길은 기술이 아니라, 기술을 다루는 인간의 태도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변화의 흐름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불편하더라도 스스로 선택하는 인간’으로 살아남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이 모여야만, AI와 같은 기술은 우리를 통제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함께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진정한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