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5.7개월마다 두 배로 성장하는 기술, 인간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는 기술, 선형적으로 반응하는 인간 사회


과학기술의 발전은 늘 인류 문명의 진보를 이끌어 왔지만, 지금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인공지능(AI)의 진화는 그 차원이 다릅니다. AI 기술은 단순한 혁신이 아니라, 속도 자체가 전례 없을 정도로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하고 있는 현상입니다.


스탠포드 대학교의 AI 인덱스 보고서(2023년)에 따르면, 상용 AI 시스템의 성능은 평균 5.7개월마다 두 배씩 향상되고 있습니다. 이는 곧 AI가 인간의 학습과 성장 속도를 넘어서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2022년 말 출시된 챗GPT는 GPT-4 모델에 이르기까지 불과 1년 만에 응답 정확도, 문맥 이해력, 전문 지식 표현 면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습니다. 같은 기간 동안 오픈소스 모델들은 초거대 사전학습 언어 모델(LLM)의 경량화에 성공하며, 스마트폰과 개인 노트북에서도 구동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했습니다.


생성형 AI의 시각 분야에서는 미드저니(Midjourney)런웨이(Runway)가 출시 1년 이내에 실제 영상 및 사진의 경계를 넘나드는 수준으로 향상되었고, 일부 모델은 헐리우드급 시각효과를 단 몇 분 만에 구현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비약에 비해, 인간 사회의 법과 제도, 교육, 윤리 시스템은 여전히 선형적 속도에 머물러 있습니다. 교육과정 개편에는 수년이 걸리고, 새로운 법령 제정과 공공 인프라 구축은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 사이에 기술은 이미 두세 세대 앞서 나가 있는 셈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전면 시행되기도 전에, 초중등 학생들이 챗GPT를 사용해 과제를 해결하고, 대학 강의에서 AI가 작성한 리포트를 제출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의사결정을 내리는 정치인과 입법자들 중 상당수는 생성형 AI가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괴리는 결국 시민과 제도, 그리고 기술 사이에 큰 간극을 만들어냅니다.


AI는 단 1년 만에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그림을 그리고, 법률 자문을 하고, 의료 진단을 내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간보다 더 빠르게 논문을 요약하고, 코드를 작성하고, 실시간 번역을 수행하며, 감정조차 해석합니다. 이렇게 기술의 속도가 인간의 대응 능력을 추월하게 되면, 우리는 사회 전체가 뒤처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기술은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AI는 5.7개월마다 성능이 두 배로 빨라지는 시대. 인간 사회는 따라갈 수 있을까요? 기술 속도에 대한 위기와 대안을 살펴보는 '월드 와이드 레벨업' 블로그 글의 썸네일 이미지 입니다.


우리가 지금 마주한 급진적 현실들


이런 현상은 단지 이론적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실제로, 2024년 이후 등장한 새로운 AI 시스템들은 실시간으로 사람들의 삶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딥시크(DeepSeek)와 이모드(Emod) 같은 모델입니다.


딥시크는 중국의 대표적인 대형 언어 모델(LLM)로, 오픈AI의 GPT 시리즈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되었습니다. 2024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성능을 공개하며, 수개월 내에 GPT-4에 근접한 성능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어 기반에서의 자연어 처리 능력과 수학적 문제 해결력, 긴 문맥 유지 능력이 강화되었으며, 영어 및 기타 언어에도 상당한 수준의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세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딥시크는 중국 정부의 전략적 AI 투자 정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중국 내수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플랫폼에도 서서히 진출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모드는 인간의 감정을 정밀하게 해석하고 반응하는 '감정 기반 AI'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름은 Emotion Decoder의 줄임말에서 유래되었으며, 미국의 AI 스타트업에서 개발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모드는 단순한 텍스트 분석을 넘어서, 대화의 억양, 맥락, 반응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사용자의 감정 상태를 실시간으로 추정합니다.


현재 이모드는 콜센터, 원격 의료, 교육 플랫폼 등에 실제로 도입되고 있으며, 고객 응대 만족도를 크게 향상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개인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도 베타 형태로 일부 출시되어 있으며, 향후 정신건강 앱, 심리치료 보조, 노인 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확장이 예측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델들은 이제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회의 핵심 운영 체계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자동 번역, 맞춤형 광고, 법률 상담, 심리 상담, 개인 비서 서비스까지—사람들이 일하고 소통하는 방식 그 자체를 바꾸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점은, 이러한 기술을 무조건 두려워하고 막을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방향성과 주체를 더 깊이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AI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누가, 어떻게, 왜 사용하는가입니다. 규제의 초점도 기술 그 자체보다는 '기술을 설계하고 배포하는 사람들'에게 맞추어야 하며, 우리는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인간적인 통제력과 가치를 중심으로 다시금 균형을 잡을 수 있어야 합니다.




기술 격차는 곧 권력 격차가 된다


기술의 발전은 항상 양날의 검이었습니다. AI 시대에도 마찬가지입니다. AI를 먼저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술력과 자본을 가진 집단은 단순한 부의 축적을 넘어, 이제는 '지능의 독점'이라는 새로운 권력을 쥐게 됩니다.


고급 언어 모델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운영할 수 있는 국가는 그렇지 못한 국가보다 훨씬 더 빠르게 경제적·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2024년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자사의 AI 모델을 자체 칩셋과 결합해 최적화된 폐쇄형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경쟁 기업과의 격차를 더욱 벌렸습니다. 한편, 아프리카 일부 국가나 개발도상국은 여전히 인터넷 인프라조차 안정적으로 갖추지 못해 AI 학습은커녕 데이터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또한, AI 인프라를 가진 기업은 단순히 소비자 행동을 유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체 정보 생태계 자체를 장악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의 클릭 패턴과 감정 반응을 수집·분석해 알고리즘을 최적화하는 시스템은, 뉴스 피드부터 정치 광고, 심지어는 투표 참여율까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유튜브 추천 시스템이나 틱톡의 개인화 콘텐츠처럼, 이제는 '무엇을 소비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보게 되느냐'를 결정하는 것이 AI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기술 격차는 단순히 '누가 더 좋은 기계를 가졌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 격차, 정보 격차, 판단 격차로 이어지며, 그것은 자연스럽게 사회의 권력 구조를 재편합니다. 지능의 도구를 먼저 손에 넣고, 더 정교하게 훈련시키며, 생태계를 통제하는 자들이 결국 인류 전체의 미래를 설계하게 되는 시대. 우리는 그런 변화의 한복판에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히 더 좋은 기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을 감당할 수 있는 '집단적 지혜'입니다.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것 못지않게, 그 기술이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해치지 않도록 설계하고 통제할 수 있는 사회 전체의 적응력과 가치 판단이 함께 논의되어야 할 시점입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기술은 계속 빠르게 진화할 것입니다. 이 흐름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술의 흐름을 무조건 따라가기만 할 것인지, 아니면 그 속도를 인간 중심적으로 조율하고 재설계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먼저 지금의 기술 발전이 어떤 속도에 있는지 명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그리고 교육 시스템, 법률 체계, 노동 정책 등이 이러한 변화 속도에 맞춰 어떻게 유연하게 조정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빠른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시민 교육, 기술 윤리 교육, 사회적 감시 시스템, 그리고 국제적 협력 구조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집단적 지혜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식이 필요합니다.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시민도 참여할 수 있는 공공 기술 윤리 포럼의 정례화, 지역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AI 리터러시 워크숍, 시민사회와 기업이 협력하는 윤리적 기술 개발 가이드라인 마련 등이 실천 가능한 접근일 수 있습니다. 이런 장치들이 마련될 때, 기술은 민주적인 감시와 사회적 합의 안에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술을 통제한다는 것은 단순히 제어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의 속도와 방향을 '인간의 가치'에 맞게 조율하고, 동시에 우리가 그 속도에 실질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준비도 함께 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기술을 바꾸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인간이 변화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살아남고, 주도권을 잃지 않도록 스스로를 재정비하는 능력입니다.


지금 우리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태도는 바로 이 속도를 의식하는 감각과, 그 속도를 인간 중심으로 재설계하려는 집단적 지혜, 그리고 생존을 위한 유연한 적응력입니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질 때, 우리는 기술을 두려워하거나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활용하며 함께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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