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으로는 부족하다: AI 시대, 부의 재편과 인간의 존엄성은 어떻게 지켜질까?

지능이 새로운 자산이 되는 시대


우리는 오랫동안 자본과 노동을 중심으로 경제를 이해해 왔습니다. 땅, 기계, 사람의 노동력이 생산의 핵심이었고, 부의 원천이었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등장은 이 공식을 완전히 뒤흔들고 있습니다. 이제는 '지능' 자체가 새로운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지능은 인간의 것이 아니라, 점점 더 기계와 알고리즘에 의해 소유되고 있습니다.


기존 산업혁명에서는 인간의 육체 노동이 기계로 대체되었습니다. 증기기관의 도입이 공장 노동을 바꾸었고, 컨베이어 벨트는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20세기 중반에는 컴퓨터가 등장하여 사무직 노동을 자동화하기 시작했고, 1990년대에는 인터넷의 확산으로 디지털 경제가 열렸습니다.


최근에는 자동 주문 시스템과 무인 계산대가 소매 유통 산업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의료 영상 판독과 계약서 분석, 심지어 법률 자문까지도 AI가 수행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습니다. 단순 반복 작업뿐 아니라 사고, 판단, 창작 같은 고차원적 능력까지 기계가 수행하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이 변화 속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누가 그 '지능'을 소유하고 있느냐는 점입니다. 고성능 AI 모델을 개발하고 유지하며, 플랫폼과 인프라를 장악한 이들이 바로 미래의 권력을 쥐게 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인류가 처음으로 '지능을 가진 자'와 '지능을 빌려 쓰는 자'로 나뉘는 시대에 접어든 것입니다.


AI는 인간의 일자리만 없애는 것이 아닙니다. 부의 흐름, 인간의 위치, 사회 구조 전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지켜야 할까요? "월드 와이드 레벨업" 블로그 글의 썸네일 이미지 입니다.


기본소득은 유토피아일까, 통제의 수단일까


이런 구조적 변화 속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해법 중 하나는 바로 기본소득(UBI, Universal Basic Income)입니다.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함으로써 발생하는 대량 실업과 소득 상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나 플랫폼 기업이 국민 모두에게 일정한 금액을 조건 없이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핀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이란, 나미비아, 대한민국 등 여러 나라에서 실제로 시행되거나 실험된 바 있으며, 각기 다른 사회적 맥락에서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핀란드에서는 2017년부터 2년간 무작위로 선발된 2,000명의 실직자에게 매달 560유로를 조건 없이 지급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 실험을 통해 수급자들의 삶의 만족도와 정신 건강이 개선되었고, 자발적인 일자리 탐색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일정한 조건을 갖춘 무직자에게 매달 생계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유사 기본소득 정책을 시범 도입했고, 사회적 안전망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란2010년부터 전 국민에게 연료 보조금 대신 현금성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정책을 시행해왔으며, 이는 세계 최초의 전면적 기본소득 도입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경우, 2016년 성남시에서 시작된 '청년 기본소득'이 대표적입니다. 만 24세 청년에게 분기마다 25만 원을 지역 화폐로 지급하는 이 정책은 이후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되었으며, 청년층의 지역 내 소비 촉진, 문화 활동 참여 증가 등 다양한 긍정 효과를 낳았습니다. 또한, 기본소득을 둘러싼 공론장을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나미비아에서는 2008~2009년 동안 특정 마을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 실험에서 범죄율이 40% 이상 감소했고, 아동 영양 상태와 학교 출석률이 크게 향상되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기본소득이 과연 완전한 해결책일까요? 여기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큽니다. 일부 비평가들은 기본소득이 오히려 사람들을 경제 시스템에 예속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노동을 통해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과 국가가 배급하는 돈으로 연명하게 되는 구조는, 인간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억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기본소득의 재원은 결국 AI 시스템을 독점한 소수의 플랫폼 기업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 경우, 우리는 경제적 자유를 얻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종속과 감시 체계 안으로 들어가게 될지도 모릅니다.




부의 재편: 누가 미래의 '트릴리어네어'가 되는가


20세기에는 산업 자본가들이 부를 쌓았고, 21세기 초에는 플랫폼 기업가들이 억만장자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AI 시대는 '트릴리어네어', 즉 1조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초거대 자본가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AI는 다른 어떤 기술보다도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그 응용 범위는 거의 무제한입니다. 자율주행, 헬스케어, 금융, 제조업, 군사, 예술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AI는 기존 산업을 장악하고 새로운 수익 구조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 모든 시스템을 구축하고 통제하는 이들이야말로 미래 경제의 절대권력을 지닌 자들입니다.


한편,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AI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이나 자본이 없습니다. 그 결과, 극소수는 상상할 수 없는 부를 독점하게 되고, 다수는 기본소득 수급자나 플랫폼 노동자로 남게 되는 격차가 벌어지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빈부 격차를 넘어서, 지능 격차와 정보 격차를 포함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 계층화입니다.




AI 시대의 인간 가치는 어디에서 오는가


그렇다면, AI가 모든 일을 더 잘하게 되는 시대에 인간은 어떤 가치를 지니게 될까요? 단순히 경제적 생산성으로만 인간의 가치를 판단하게 된다면, 우리는 결국 "쓸모 없음"이라는 딱지를 붙이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인간의 가치는 단순한 효율성이나 수익성에서만 오는 것이 아닙니다. 공감, 의미 창출, 관계 형성, 윤리적 판단 같은 영역은 여전히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 시점에서 고민해야 할 것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한 영역을 어떻게 지켜내고, 그것을 중심으로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재정의할 수 있느냐입니다.


또한, 우리는 '누가 기술을 소유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넘어서, '기술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 질문은 단순한 철학적 사유가 아니라, 현실적인 선택과 전략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기술이 인간의 삶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쓰이게 하려면, 우리는 올바른 질문을 던지고, 그것을 바탕으로 행동 가능한 비전을 설계해야 합니다.


예컨대,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 기술은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증진하는가?" "AI 시스템은 누구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는가?" "우리는 이 기술을 통해 모두가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나왔을 때, 우리는 그 의미를 깊이 해석하고, 구체적인 제도와 문화 속에서 실현해나갈 수 있는 통찰과 용기를 갖추어야 합니다.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는 기술 정책, 시민 참여형 기술 거버넌스, 그리고 인간의 고유 가치를 보호하는 윤리 기준 마련 등이 그 실천의 예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AI 시대에 진짜 필요한 것은 기술을 다루는 능력만이 아니라, 기술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를 스스로 정의하고, 그 가치를 사회적으로 구현해낼 수 있는 '깨어 있는 인간'의 태도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인간으로서 여전히 소중한 이유이며, 앞으로도 반드시 지켜내야 할 방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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