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정말 기축통화가 될 수 있을까? 미국 달러를 위협하는 디지털 자산의 정체
자산인가, 혁명인가 — 비트코인이 흔들고 있는 글로벌 통화 질서의 본질
비트코인의 가격이 2025년 초 기준으로 10만 달러를 돌파하며 다시 한 번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오를 것인가, 내릴 것인가'의 문제를 넘어서서, 이제 우리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과연 비트코인은 달러를 대체할 수 있는 '기축통화'가 될 수 있을까요?
기축통화란 무엇인가
기축통화(reserve currency)는 전 세계 무역과 금융 거래의 기준이 되는 통화입니다.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외환보유고를 운용할 때 이 기축통화를 중심으로 전략을 세우며, 기업 간 국제 결제나 원자재 거래에서도 기축통화는 중립적인 결제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현재 기축통화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달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브레튼우즈 체제를 통해 국제 결제의 표준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이는 단순히 사용자의 숫자나 국가 간 신뢰 문제를 넘어, 해당 국가의 군사력, 외교력, 경제적 영향력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권력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미국은 자국 통화가 전 세계에서 기축통화로 기능한다는 점을 활용해, 자국의 금리 정책이나 재정적자를 글로벌 시장에 전가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서 있습니다.
즉, 기축통화란 단순히 '많이 쓰이는 돈'이 아니라, 세계 질서와 권력구조의 핵심 기제로 작용하는 존재입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은 이처럼 강력한 달러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을까요?
비트코인은 왜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가
비트코인은 총 2,100만 개만 만들어지도록 정해져 있어서, ‘디지털 금’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금처럼 수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희소성이 생기고 사람들이 가치 있는 자산으로 여깁니다. 반면, 정부가 발행하는 종이 돈은 필요할 때마다 계속 만들어낼 수 있어서, 물가가 오르거나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인플레이션’이 생기기 쉽습니다. 그 예는 다음 과 같습니다.
- 첫째, 어떤 나라에서 경제 위기나 정치 불안이 생겨서 돈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면, 사람들은 안전하게 돈을 보관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게 됩니다. 이럴 때 비트코인이 선택될 수 있습니다.
- 둘째, 아르헨티나나 베네수엘라처럼 화폐 가치가 자주 흔들리는 나라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으로 자산을 보관합니다.
- 셋째, 요즘은 젊은 사람들이 은행보다는 자신이 직접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을 선호하면서, 비트코인을 투자나 저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비트코인은 금처럼 손에 잡히는 물건이 아닙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국가에서 보증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라는 기술 위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누구나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고, 누군가 몰래 조작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해킹에도 강하고, 정부나 중앙기관의 허가 없이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 탈중앙화된 디지털 자산의 대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미국은 왜 비트코인을 경계하면서도 받아들이고 있는가?
이 부분에서 우리는 흥미로운 상황을 만나게 됩니다. 미국은 자기 나라 돈인 달러의 강한 위치를 지키기 위해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에는 아주 강하게 반응합니다. 그런데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완전히 다른 태도를 보입니다. 비트코인을 완전히 막기보다는 오히려 금융 제도 안으로 받아들이려고 합니다.
이는 단지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많이 쓰기 시작해서 무시할 수 없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비트코인 같은 디지털 자산이 널리 퍼지면, 지금까지 유지되던 금융 시스템이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이 새로운 변화가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비트코인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 속으로 넣으려는 것입니다.
2024년 1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사상 최초로 현물 비트코인 ETF를 승인했습니다. 이는 투자자들이 실제 비트코인을 보유하지 않고도 주식 시장을 통해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으로, 제도권 금융시장에서 디지털 자산을 정식 자산군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이와 함께 블랙록(BlackRock), 피델리티(Fidelity)와 같은 세계적인 자산운용사들이 비트코인 ETF 시장에 진입하면서, 그 상징성과 실질적 파급력이 더욱 커졌습니다.
즉, 미국은 비트코인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커진 존재로 인식하면서도, 이를 철저히 제도적 틀 안에 두려는 전략을 선택한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닌, 글로벌 통화 질서의 주도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음을 시사하며, 향후 디지털 달러(CBDC) 개발과도 연계될 수 있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ETF 승인과 제도권 진입: 비트코인은 제도화되고 있나?
ETF(Exchange Traded Fund, 상장지수펀드)는 비트코인이라는 디지털 자산을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게 해주는 제도입니다. 이로 인해 연기금이나 보험사 같은 대형 기관들도 손쉽게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곧 '디지털 자산의 제도화'라는 흐름을 가속화했습니다.
하지만 제도권에 들어간다는 것은 자유와 탈중앙화를 중시하는 원래의 비트코인 철학과는 일정 부분 충돌하는 지점도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감시받지 않는 화폐'로서의 비트코인을 원했던 것인지, 아니면 그저 새로운 투자처로서 비트코인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개인 투자자에게 비트코인은 어떤 의미인가요?
결국 개인 투자자에게 중요한 질문은 이것일 수 있습니다. "나는 왜 비트코인을 사는가?" 단기 차익을 위한 매수인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인지, 혹은 국가의 통화 정책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자산 분산의 도구인지.
비트코인은 단순한 투자 수단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통화 질서 안에서 살고 싶은지를 묻는 거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기축통화로서의 비트코인이 당장 실현되지 않더라도, 그것이 던지는 철학적, 기술적, 경제적 질문들은 오늘날 디지털 자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