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DC는 왜 0.87달러까지 떨어졌을까? SVB 사태와 페그 이탈의 전말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와 페그 이탈: USDC가 흔들린 날


2023년 3월,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을 놀라게 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늘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던 USDC(USD Coin)가 하루 아침에 0.87달러까지 하락하며 ‘페그 이탈(peg depeg)’ 현상을 겪은 것입니다.


이 사태의 중심에 있었던 실리콘밸리은행(Silicon Valley Bank, SVB)은 많은 한국 투자자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은행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중견급 상업은행으로, 1983년 설립 이후 실리콘밸리 지역의 스타트업과 벤처 자본을 중심으로 한 금융 생태계에서 독보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테크 기업의 초기 자금 조달, 스타트업의 예금관리, 그리고 벤처 펀드 운영 등 다양한 방면에서 테크 산업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었기에, 업계에서는 '스타트업의 대표 은행'으로 불릴 만큼 신뢰받는 기관이었습니다.


특히 페이팔(PayPal), 에어비앤비(Airbnb), 로빈후드(Robinhood) 등 실리콘밸리의 대표 기업들이 초기 자금 관리를 맡겼던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전국 16위권 내의 자산 규모를 가진 은행이었기 때문에 그 붕괴는 단순한 중소 은행 파산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신뢰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불리던 USDC가 어떻게 이런 위기에 빠졌을까요? 이 글에서는 SVB(실리콘밸리은행)의 붕괴와 USDC의 페그 이탈, 그리고 회복 과정에서 보여준 대응 전략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2023년 SVB 붕괴 당시 USDC는 왜 0.87달러까지 떨어졌을까요? 그날의 사건과 회복 과정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정리한 '월드 와이드 레벨업' 블로그 글의 썸네일 이미지 입니다.


사건의 발단: 실리콘밸리은행의 갑작스러운 붕괴


2023년 3월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실리콘밸리은행(Silicon Valley Bank, SVB)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사실상 파산에 이르게 됩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가장 큰 은행 붕괴 사건이었으며, 테크 산업과 스타트업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문제는 USDC 발행사인 서클(Circle)이 SVB에 약 33억 달러에 달하는 준비금을 예치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USDC의 총 발행량은 약 400억 달러였고, 그 중 33억 달러는 무려 8%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자산이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이 예치금이 '서클의 소유'라기보다는, USDC의 1달러 가치를 뒷받침하는 준비금(reserve)이었다는 점입니다. 즉, 이 돈은 단순한 기업 자금이 아니라, 투자자들이 'USDC를 1달러로 언제든지 환급받을 수 있다'는 신뢰의 근거였기 때문에, 이 금액이 잠재적으로 손실될 수 있다는 소식은 스테이블코인 전체의 신용을 흔드는 치명적인 뉴스가 되었던 것입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투자자들은 큰 오해를 하게 되었습니다. 일부는 '400억 달러어치의 USDC가 발행되어 있는데, 준비금으로 보유한 돈이 고작 33억 달러밖에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식의 걱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서클이 전체 준비금 중 일부(약 8%)를 SVB에 예치하고 있었던 것이며, 나머지는 안전한 미국 국채나 다른 상업은행에 분산되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그 일부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 자체가 순식간에 시장 심리를 자극했다는 점입니다. 즉, 단지 33억 달러가 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1달러 환급'이라는 신뢰 구조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로 인해 시장은 곧바로 패닉에 빠졌고, 투자자들은 앞다투어 USDC를 매도하며 보유 자산을 다른 코인이나 현금성 자산으로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단 하루 만에 USDC 가격이 0.87달러까지 하락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디페깅 현상: 스테이블코인의 약점이 드러나다


‘페그 이탈(peg depeg)’이란, 1달러에 고정되어야 할 스테이블코인이 일시적으로 그 고정 가격을 유지하지 못하고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이름 그대로 '안정된(Stable)' 가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이 고정 상태가 깨지는 일은 시장에 큰 불안감을 초래하게 됩니다.


이 개념을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마치 놀이공원에서 사용하는 선불카드가 언제나 1포인트 = 1천 원의 가치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갑자기 어떤 사유로 그 카드가 1포인트 = 870원밖에 못 쓴다고 하면 사람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원리로, USDC도 언제나 1 USDC = 1 USD의 가치를 유지해야 하는데, 그 가치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신속하게 반응하게 되는 것입니다.


보통 이런 디페깅 현상은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에서 많이 발생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USDC처럼 실제 달러 준비금이 존재하는 구조에서도, 외부 금융기관의 리스크가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례였습니다.


많은 투자자들은 "USDC는 테더보다 투명하고 안전하다"는 인식 하에 자산을 보관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사건은 단순한 가격 하락을 넘어, 신뢰에 금이 가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졌고 심리적 충격도 훨씬 컸습니다.


특히 이 사건은 '은행 리스크가 스테이블코인에 전이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보여준 첫 사례로 기록되며, 스테이블코인과 전통 금융의 연결 고리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4일 만의 회복: USDC가 보여준 위기 대응


그러나 이 위기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3월 13일, 미국 정부와 금융당국이 SVB 예금 전액 보장 정책을 발표하면서 상황은 반전됩니다. 서클은 즉시 “USDC는 언제든지 1달러로 환급 가능하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했고, 불과 4일 만에 USDC 가격은 다시 1달러로 회복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서클은 다음과 같은 점을 시장에 어필하며 신뢰 회복에 나섰습니다:

  1. SVB에 묶여 있던 33억 달러는 연방 보증에 따라 전액 회수 가능함을 빠르게 공지
  2. 다른 은행으로 준비금을 분산하여 재발 방지 구조 구축
  3. 실시간 USDC 준비금 및 환급 상태를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

이처럼 Circle의 신속하고 투명한 대응은 일시적인 페그 이탈이라는 위기를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수습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장기적 신뢰의 시험대: 이 사건이 남긴 것들


SVB 사태는 USDC의 기술적 구조가 아닌, 준비금이 보관된 전통 금융기관의 위험이 디지털 자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주는 사건이었습니다.


또한 ‘신뢰 기반’이라는 명성이 영원하지는 않다는 점도 분명해졌습니다. 아무리 투명성과 규제 준수를 강조하더라도, 외부 환경(예: 은행 파산, 금융위기)에 따라 가치가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은 투자자들에게 큰 교훈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클이 보여준 대응 방식과 빠른 회복력은 USDC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일정 부분 회복하는 데 성공했고, 이후 몇 달간 USDC는 다시 주요 플랫폼과 파트너십을 확대해 나가며 '회복된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인상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진짜 위기일수록 투명성이 중요해진다


SVB 사태는 단순한 은행 파산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암호화폐 시장, 특히 스테이블코인이 현실 금융 시스템과 얼마나 깊게 얽혀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USDC는 이 사건을 통해 자신의 약점을 드러냈지만, 동시에 '정보 공개와 빠른 대응'이 어떻게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몸소 보여준 스테이블코인이기도 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USDC가 그 후 어떻게 글로벌 유동성을 회복해나갔는지, 그리고 현재 어떤 확장 전략을 펼치고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특히 2025년 4월 솔라나에 2.5억 달러 상당의 USDC를 신규 발행한 사건, 2024년 2월 트론에서의 철수 결정, 그리고 2024년 8월 테더와의 거래량 역전 사례 등은 USDC가 어떻게 다시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입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등장한 새로운 스테이블코인 USD1과의 전략적 경쟁 구도까지 함께 다룰 예정입니다. 암호화폐 시장의 미래와 통화 패권의 변화에 관심 있으시다면, 다음 편도 꼭 함께해 주세요.🥰

 

요즘 핫한 글

돈이 알아서 들어오는 시스템- 패시브 인컴 만들기

소프트월렛 vs. 하드월렛 – 차이점과 선택 기준

IRP 계좌 완벽 정리! 세액 공제 혜택과 연금 투자 활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