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는 어떻게 돈을 벌까? 수익 구조와 회계 투명성 논란의 진실
테더는 어떻게 운영되는가: 준비금, 수익모델, 회계 투명성 논란
스테이블코인이라는 개념은 '1코인 = 1달러'라는 단순한 공식을 기반으로 합니다. 하지만 그 뒷면에서는 매우 복잡한 금융적 구조와 운영 전략이 숨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가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는지, 수익은 어떻게 창출하고, 어떤 방식으로 준비금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상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테더의 수익 구조: 단순 송금 수수료가 아니다
많은 분들이 테더 같은 스테이블코인은 수익을 거의 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1 USDT는 1 USD로 고정되어 있으니, 환차익이나 시세 차익이 없기 때문이죠. 그러나 실제로 테더는 연간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내고 있는 거대 기업입니다. 그렇다면 이 수익은 어디서 나올까요?
가장 핵심적인 수익원은 바로 준비금 운용입니다. 테더는 사용자로부터 받은 실제 미국 달러를 단순히 은행 계좌에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다양한 자산에 투자합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미국 단기국채입니다. 2023년 말 기준, 테더가 보유한 준비금 중 65% 이상이 미 국채로 구성되어 있었고, 이로 인해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이자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또한, 테더는 금, 비트코인, 일부는 AI 기업의 주식, 머니마켓펀드 등에도 분산 투자하고 있으며, 2025년 1분기에는 비트코인을 8,888개 추가 매입하면서 총 보유량 92,647 BTC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이는 전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큰 비트코인 보유 주체입니다.
이 외에도 테더는 대규모 고객에게 법정화폐 ↔ 테더 교환 시 수수료를 부과하기도 하며, B2B 대상의 맞춤형 금융 서비스로도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준비금은 정말 100% 보장되는가? '달러 1:1 보장'의 실상
테더는 오랫동안 "1 USDT는 항상 1 USD로 교환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나 그 구조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테더는 실제로 100% 현금만을 준비금으로 보유하지 않으며, 국채나 금, 암호화폐 등 다양한 자산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부 자산은 유동성이 떨어지거나 시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진짜 위기 상황'에서는 모두를 한꺼번에 현금화할 수 없다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테더가 보유한 비트코인이나 금은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므로, 이 자산이 전체 준비금의 일부라도 포함되어 있다면 그만큼 '1달러 보장'에 대한 신뢰성은 조건부가 됩니다. 특히 2022년의 테라 루나 사태처럼,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자금을 회수하려는 패닉 상황이 벌어질 경우, 아무리 1:1을 주장하더라도 실제로 즉각 환전이 어려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국내 거래소인 업비트 등에서 테더의 가격을 보면 대부분 원/달러 환율과 거의 일치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테더의 시장 가격이 실제 '보장 구조'보다는 '수요와 공급', 그리고 시장 심리에 의해 더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투자자들이 테더를 여전히 1달러 가치가 있다고 '신뢰'하기 때문에 1달러 근처에서 거래가 유지되는 것입니다.
또한, 테더는 과거 "1달러는 1테더로 교환 가능하다"고 약관에 명시하면서도, 동시에 "1테더가 항상 1달러의 가치를 가진다고는 보장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병기해 두기도 했습니다. 이는 마치 '환불은 가능하지만, 상황에 따라 가격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소비자 고지문과 비슷합니다.
이처럼 논리적으로는 1:1을 유지하려 하지만, 법적으로는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장치를 두고 있는 셈입니다. 즉, 테더는 '시장 가격은 우리가 통제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명시해 둔 것입니다.
회계 투명성 논란과 CFTC, 뉴욕 검찰 조사
이처럼 '달러 1:1' 보장에 대한 의문이 지속되자, 테더는 오랫동안 투명성 부족 논란에 시달려 왔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7~2018년 사이의 회계감사 거부 사건입니다. 당시 테더는 감사 법인 프리드먼 LLP(Friedman LLP)와의 계약을 갑작스럽게 종료하며, 외부 감사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조치는 업계에 큰 충격을 주었고, 일부 언론에서는 "불 꺼진 창고에 금고만 남겨둔 채 문을 닫은 꼴"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정황은 미국 규제 당국의 주목을 받았고, 결국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뉴욕주 검찰이 직접 조사에 착수하게 됩니다. 수사 결과 테더는 일정 시점에 실제 준비금보다 더 많은 USDT를 발행한 정황이 드러났으며, 발행량이 수요와 무관하게 늘어난 정황도 확인되었습니다. 일부에서는 테더가 준비금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비트파이넥스의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해 대량 발행을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었죠.
이후 테더는 비판 여론을 의식하여 '연결준비금보고서(Consolidated Reserves Report)'라는 문서를 정기적으로 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자산 구성과 비율을 표 형식으로 나열하며 겉보기에 투명해 보이지만, 공식적인 법적 회계 감사(audit)는 아니라는 점에서 회계 기준상 신뢰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2023년부터는 글로벌 회계법인인 BDO 이탈리아와 협력하여 '감사의견 첨부 보고서(attestation)' 형식의 외부 점검을 도입하였고, 보고서에 따르면 테더는 자산보다 부채가 적은 구조를 유지하며 수익성과 지급 능력을 동시에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시장 일부에서는 "실제 위기 상황에서 준비금이 즉시 환금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테더는 스스로를 '충분히 안정적'이라 설명하면서도, 법적으로는 안전장치를 다 열어두지 않는 '이중 구조'를 유지해오고 있는 셈입니다.
준비금 보관은 누가 하는가: 캔터 피츠제럴드의 역할
많은 독자분들이 궁금해하시는 질문 중 하나는 바로 "테더의 수십억 달러짜리 자산은 도대체 어디에 보관되는가?"입니다.
이에 대해 2023년 말부터 테더는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이자 국채 브로커인 캔터 피츠제럴드(Cantor Fitzgerald)가 준비금 일부의 관리와 보관 역할을 맡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회사는 미국 정부의 국채 유통을 직접 다루는 프라이머리 딜러로, 월가에서도 신뢰받는 기관 중 하나입니다. 테더가 캔터와의 협업을 공개적으로 인정함으로써, 일정 수준의 신뢰성과 보관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의지를 보여준 셈입니다.
물론 이것이 모든 의혹을 잠재우는 것은 아니지만,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조치였기 때문에 꽤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테더는 단순히 '1달러 코인'이라고 보기에는 그 구조와 운영 방식이 놀라울 정도로 복잡하고 정교합니다. 준비금 운용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다양한 자산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통해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회계 투명성과 관련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테더가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어떤 위상을 갖고 있으며, 유럽 규제(MiCA), 미국 규제, 그리고 경쟁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어떤 전략을 펼쳐나가고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